철저한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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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인간이란 본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자, 오늘부터 달라지자!' 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어떤 것이 없어져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마치 형상기억합금처럼, 혹은 뒷걸음질쳐서 구멍 속으로 숨어버리는 거북이처럼 어물어물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버린다.

결심 따위는 어차피 인생의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옷장을 열고 팔도 제대로 끼어보지 않은 슈트와 주름 하나 없는 넥타이를 보면서 그런 사실을 통감했다.

-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by 무라카미 하루키)


웹서핑하다가 뭔가 띵한 충격이 온 문구라 1년? 2년? 전쯤에 스마트폰 인터넷 앱에 북마크 해뒀었는데 나도 이제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한번 올려본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왜 이렇게 변하기 어려울까?

 

사람이 변하는 경우는 딱 2가지라는 말도 들어봤다. 죽을 위기를 겪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던지, 아니면 교통사고 등으로 뇌에 충격을 받았다던지...

 

내 블로그에 자주 언급했던 책 '불행피하기 기술'에도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니 자기와 맞지 않거나 조직에 피해를 끼칠만한 사람과 아예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직장생활은 이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쟤 또라이니까 우리팀으로 보내지 마세요' 라는 말도 하기 어렵고 한다고 들어주지도 않는다. 어차피 다른 팀에서도 똑같은 소리를 했을테니...

 

쥐뿔 능력도 없는 내가 진심으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고 싶은 이유가 이거다. 특히 1인 사업가나 아니면 아주 소수의 인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하고 싶다. 아 사업 마려워...말만 이렇게 하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다닐듯

 

그런데 1~2년 전에 저 충격적인 문구를 보고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무라키미 하루키 의문의 1승....아니 의문의 1억승 정도 했을 듯.

 

아 기분이 더럽다.

 

어쩌면 사람의 운명은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탯줄이 잘리는 시점에 결정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쟤는 의사, 게다가 인품도 훌륭한 의사, 쟤는 불한당, 게다가 성격도 이상한 불한당...

 

유전의 영향력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어머니의 기억마저 유전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나치 수용소에서 말도 못할 정도로 끔찍한 공포를 경험한 포로들의 후손들은 우울증 발생률이 확연히 높았다고 한다.

 

정신적인 부분은 모계 유전이 강한데 엄마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으면 그 자녀는 매우 높은 확률로 동일한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이 크다. 

 

news.joins.com/article/13292399

 

기억도 세대 간 유전된다…美 연구팀, 동물 실험으로 밝혀내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전 세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유전자를 통해 다음 세대에까지 전달돼 다음 세대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동물 실험 결과 드러났

news.joins.com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 고영성 박사와 신영준 작가는 이런 결과론적인 운명론 얘기 들으면 화 많이 낼거 같은데, 그래도 그런거 같아.

 

"우리 아들은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 그래요. 열심히만 했으면 sky는 따놓은 당상인데..."

아닙니다. 어머님~ 열심히 하는 의지력, 집중력, 체력 이게 타고난 능력이에요 ㅠㅠ

 

동기부여 강사 김미경도 저런 어머니한테 팩트폭행 했더만.

왜 아드님을 의사시키려고 하세요? 어머니가 수능 보시지.

아유 저는 머리가 안좋아서 안되어요.

어머님, 그럼 아드님도 안되세요.

 

아무튼 기분이가 좋지 않네.

 

어쩌겠어. 세상이 이런걸....

 

아 변하고 싶다. 내가 차세대 터미네이터 T-1000도 아니고 언제까지 형상기억합금처럼 살아야 할까?

 

너 안변해. 너도 형상기억합금이거든. 내일도 다음달에도 내년에도 똑같은 삶을 살거야. 반항하지마, 앙탈부리지마.

 

 

불한당 단어를 쓰다가 갑자기 송강호의 넘버쓰리가 생각나서 링크겁니다.

아니 불, 땀흘릴 한,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말이지.

 

생각할수록 웃기네.

 

 

www.youtube.com/watch?v=iGAglGGQniw

"이 팔은 니 살 아냐?" 부분에서 빵 터져서 방구석에서 야밤에 미친듯이 웃다가 엄마한테 혼났는데 벌써 23년 전이네. 이때 방구석에서 비디오 안보고 뭐라도 했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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