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장기투자? 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

요즘 유튜브 같은데서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할때 항상 거론 되는 종목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를 수십년 전에 1천만에서 1억만 사서 계속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 거다. 강남 아파트보다 훨씬 수익률이 더 좋다. 그래서 역시 주식이 최고다. 이런 논리에 많이 이용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삼성전자를 수십년 전에 사서 딱 50%나 100% 수익만 먹고 팔아버린 사람은 비합리적이고 뭘 볼줄 모르는 사람이었을까?"

 

수십년 흘러서 결과를 보니 삼성전자가 잘 되었던 것이지, 막말로 기업의 미래를 누가 알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정확히, 아니 대충이라도 알 수 있으면 단돈 1억만 있어도 직장 다닐 필요가 없겠지.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이 노망이 들어서 말도 안되는 의사결정을 내렸거나 갑자기 중국이나 인도에서 엄청난 테크기업이 나타났거나, 우리나라에 공산당이나 다를 바 없는 정권이 들어섰거나 했더라면(느낌이 쌔한건 순전히 내기분 탓이겠지) 지금의 삼성전자가 아니겠지.

 

존리가 운용하는 펀드도 예전에는 삼성전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몇 년 전쯤에 유튜브에서 본 존리 강연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 청강생이 왜 삼성전자는 투자하지 않냐고 문의하자 존리는 이제 삼성전자 같은 제조업은 성장성이 별로 재미 없을 듯 하다라고 대답한 걸로 기억한다. 

 

존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라는 분들도 아주 예전에는 삼성전자를 추천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나도 막연히 조만간에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의 전자제품 제조사한테 따라잡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었다. 물론 삼성전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회사였다.

 

솔직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전세계 브랜드가치 3등을 먹어버리는 이런 엄청난 테크기업이 나올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만약에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80년대 사람들한테 삼성전자가 일본 전자제품 기업들 다 압살하고 세계 1등 기업이 될거라고 하면 분명히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허언증 환자 취급받았을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일제 워크맨이나 CD플레이어라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친구들한테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니까...

 

요즘 네이버 카페 알림이 종종 울리는데....(키워드로 설정하여 관련 글이 뜨면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리도록 가능함)

 

가치투자연구소, 미국주식에 미치다 같은 카페에는 삼성전자를 사야 하는 이유, 삼성전자에 장기투자 해야하는 이유, 미국주식으로 갈아타야하는 이유, 미국주식으로 월급 받는 방법, 미국주식으로 부자되기...이런 글들이 지겹도록 올라온다. 솔직히 이제 짜증이 날 정도임;;;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 있는 글인가 싶어. 사실...

 

삼성전자나 미국주식이 주목받지 못할 때 이런 글을 올렸다면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지. 이미 남들이 다 주목하고 있고 언제 올라탈까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고, 삼성전자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이제는 초딩도 아는 시대인데 지금 와서 역시 삼성전자야 하면서 수십페이지 보고서 쓰는게 무슨 의미일까? 다 결과론적 이야기잖아.

 

삼성전자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사업 분야의 대부분들이 4차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상당한 수익이 발생한 이 종목에(수익률만 높지 원금이 작아 큰 의미는 없음ㅠㅠ) 지금이라도 계속 넣어야 하나 하는 고민도 계속 하게 되는 게 사실이이다.

 

개인투자자가 남들이 칭송하는 종목들 골라서 매입해봤자 먹을 것도 없고 잃지 않으면 다행이다.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유일하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회사는 너무너무 멀쩡하고 미래에도 유망한 산업분야인데 희안하게 사람 입에 거론되지 않고 관심 1도 없는 그런 종목을 잘 골라서 최소 50~100% 이상 튀어오를 때까지 보유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100% 수익 나는데 10년이 걸려도 은행 이자와는 비교도 안되잖아? 물론 100배 주식 될때까지 들고 있는게 최상인데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으려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걸까? 아니 얼마나 운이 좋아야 하는 걸까?

 

횡보하는 주식들은 몇년을 횡보하다가도 오르기 시작하면 갑자기 확 오르는 경우가 많더라고. 남들이 사기 시작하면 어? 나만 뒤쳐지는 느낌이야 나도 사야징~ 이러는게 사람의 본성이니까.

 

그러니 개인투자자들이 가진 유일한 자산 '시간'을 무기로 그냥 들고 있는 수 밖에 없음. 오를 때까지....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자산의 질과 가격이 반비례하며, 어떤 자산이 위험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자산의 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량 자산이 위험하고, 비우량자산이 안전할 수도 있다. 이는 단지 자산에 얼마를 지불하는가 하는 가격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평이 커질수록 잠재 수익은 감소하고 리스크는 증가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투자에 대한 생각(하워드막스) p.101

 

탐욕과 난관주이가 한데 어우러지면, 사람들은 높은 리스크 없이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희망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유행하는 주식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혹시 가치가 조금이라도 더 상승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식을 보유하는 행동을 계속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기대가 비현실적이고, 리스크가 무시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p. 139

 

 

 

모두가 환호하는 종목은 일단 피하는게 상책! 물론 10년 지나서 보면 모두가 환호하는 종목을 샀어야 하는데 그 찐따 블로거 말 듣다가 나만 옴팡지게 망했네? 이럴수도 있겠지. 세상 일을 누가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