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절대 시작도 하지마!

TV에서는 돈많은 멋진 남자가 이런 바에서 혼자 술마시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내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데 갈 시간도 없고 가지도 않는다. 원래 돈 없는 사람들이 시간은 또 많음.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1215500193

“술이 석면 같은 1급 발암물질인 건 아시나요?”

 

술을 마시다가 문뜩 든 생각이 있는데....

만약, 당신이 친구가 준 음식을 먹었는데 어지럽고 그 다음날 배탈로 고통스럽다면 당장에 네가 준 음식에 독이 들었거나 심하게 상한 음식이 아니냐고 따질 것이며, 바로 병원부터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불안감에 온갖 검사를 다 해보겠지.

우리는 이렇게도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술이라는 음료를 먹으면서도 걱정을 하기는 커녕 즐거워하고, 또 다시 술 마실 생각에 들떠있는 것이 참 희안하지 않은가?

 

알코올이 마약류에 속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1만 년 전 농경과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중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알코올이 최근에 발명되었다면 마약류에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 다윈이 자기계발서를 쓴다면(테러 버넘, 제이 펠런) p.89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이렇게 만년 넘게 대를 이어 마셔왔으니 별 걱정 없이 마시지만 사실은 마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옛날 예적에는 알콜 중독자는 현재와 같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인류가 배고픔에서 해방된게 불과 100년이 안되는데 맨날 퍼마실 술이 있었을리가...

오늘 회사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지 않고 예전 같았으면 1시간이면 마무리했을 보고서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것, 별일 아닌 일로 주변사람한테 짜증을 내거나 반대로 상대방의 무례한 행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것,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이런 모든 것들이 어쩌면 술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참고로 젊었을 때는 인자하고 젠틀했던 사람이 나이 먹고 별일 아닌 일에 화를 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면 알콜성 치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렇듯 음주는 가족간의 애정도 깨뜨려버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이다.

 

행복지수 1위의 필란드 사람이 행복한 진짜 이유는 빤스만 입고 소파에 드러누워 맥주를 마시기 때문이라는 책도 있다. yes24의 책 내용 소개를 보니, 누구랑 약속할 필요도 없고 내가 원할때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를 사와서 밤늦게까지 드라마를 보다가 늦잠자고, 그 다음날 아점을 먹으면 피로가 싹 가시고 당신이 원하는 자유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응? 이거 완전 폐인의 삶이잖아.

이거 진짜 내가 자주 해봐서 아는데 ㅋㅋㅋ 이렇게 살잖아? 진짜 자존감 나락으로 떨어지고 주말 이틀이 그냥 순삭이다. 일요일 오후만 되면 밀려오는 허무감과 자기모멸감....행복감은 어느정도 규율과 자기통제력,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기는 자기유능감에서 오거든.

 

빤스만 입고 맥주를 마셔서 행복하다는 핀란드 사람들 알콜중독 문제로 심각한 상황이고 한때 자살공화국으로 불렸단 나라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28/2011022800132.html

[World Topics] 해마다 2000여명 알코올중독 사망… 핀란드 "술 광고 규제"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지만 포기하고 내려갈 때는 너무나도 빠르고 즐겁다"

영화 조커의 한 관객의 한줄 평이라는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만, 쾌락과 현실 회피는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고 너무나도 쉽다.

혼술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책을 쓰는 사람이나 혼술을 권유하는 예능프로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당신의 건강이나 미래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냥 매일 1병만 마시면 되잖아? 
안 돼. 그 1병이 2병 되고, 330ml 병이 500ml로 바뀌는건 순식간이다. 음주로 인한 도파민 분비는 점점 더 많은 알콜을 필요로 하거든.

혼술이 아무리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보이더라도 절대 시작도 하지 말길 권한다. 한번 알콜에 의존하게 되면 거기서 벗어난다는 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다. 

어제 밤에도 이 글을 쓰면서도 500ml 짜리 맥주 3캔이나 비우고 잔 내가 그 증인임.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술이라는 마녀가 당신을 이렇게 머리끄댕이를 잡고 죽음으로 이끌 것이여~ 사실 나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려고 올린 사진임.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맨날 소주 대병으로 먹고도 장수하신 특이 케이스를 거론하기보다는, 폭음하다가 갈비뼈를 통채로 여는 대수술 하거나 골로 가신 수많은 직장 선배들, 동네 어른들 생각을 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